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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터키 12년 리뷰 — 101 프루프 장기 숙성 버번의 깊이

Spemer Spemer · 3 mins read
와일드 터키 12년 리뷰 — 101 프루프 장기 숙성 버번의 깊이

와일드 터키 101은 버번 입문자라면 한 번쯤 거쳐가는 병이다. 그런데 같은 101 프루프인데 12년을 숙성시킨 버전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와일드 터키 12년은 원래 미국 내수용으로는 판매하지 않고 일본 등 아시아 시장 전용으로만 나오던 제품이었는데, 한국에도 정식 출시됐었는데, 아쉽게도 다시 단종되면서 지금은 구하기가 쉽지 않다. 레어 브리드가 배럴 프루프의 날것을 보여주는 병이라면, 12년은 같은 증류소의 원액이 시간과 함께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여주는 병이다.

와일드 터키 12년은 어떤 위스키인가

와일드 터키 12년은 이름 그대로 최소 12년간 숙성한 원액을 101 프루프(50.5% ABV)로 병입한 버번이다. 매쉬빌은 와일드 터키의 기본 레시피 — 옥수수 75%, 호밀 13%, 몰트 보리 12%. 101이나 레어 브리드와 같은 원액인데, 숙성 기간에서 차이가 난다.

와일드 터키 특유의 낮은 배럴 엔트리 프루프(115 프루프)가 1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작용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다른 증류소 대비 10 프루프 낮게 배럴에 들어간 원액이 오크와 12년간 상호작용하면서, 바닐라와 캐러멜 같은 오크 유래 풍미가 훨씬 깊고 농밀해진다. 켄터키의 극심한 사계절 온도 차이까지 더해지면 — 결과물은 101의 연장선이되 차원이 다른 깊이를 가진 위스키가 된다.

와일드 터키 12년 버번 위스키

와일드 터키 대표 라인업

와일드 터키 증류소 라인업에서 12년의 위치를 짚어보면 이렇다.

와일드 터키 대표 라인업 비교

와일드 터키 101 — 50.5%, NAS. 버번의 기본기를 배우기 가장 좋은 병. 가성비 끝판왕.

와일드 터키 12년 — 오늘의 주인공. 101과 같은 도수에 12년 숙성의 깊이를 더했다.

레어 브리드 — 6·8·12년 블렌딩 배럴 프루프(58.4%). 와일드 터키를 가장 강렬하게 경험하는 방법.

러셀 리저브 싱글배럴 — 에디 러셀이 직접 고른 배럴 하나에서 뽑은 55% 논칠필터드. 프리미엄 라인의 정점.

와일드 터키 12년 테이스팅 노트

101과 같은 50.5%인데, 글라스에 따르는 순간부터 느낌이 다르다. 색부터 확연히 진한 호박색.

향 (Nose)

코를 가져다 대면 묵직한 캐러멜과 바닐라가 먼저 올라온다. 101에서도 느낄 수 있는 노트인데, 12년은 그 밀도가 확실히 다르다. 진한 캐러멜 위로 체리 콜라 같은 달콤하고 탄산감 있는 과일향이 얹히고, 토스트한 오렌지 필의 은은한 시트러스도 잡힌다. 좀 더 기다리면 가죽과 담뱃잎의 숙성된 뉘앙스가 올라오는데, 이건 101에서는 못 느끼던 거다. 12년이라는 시간이 만들어낸 층위가 코끝에서 확실히 느껴진다. 견과류의 고소함도 밑바닥에 깔려있어서 향만으로도 한참을 즐길 수 있다.

맛 (Palate)

첫 모금에서 바디감의 차이가 바로 온다. 버터처럼 매끈하고 오일리한 질감이 입 안을 감싸면서, 다크 초콜릿의 쌉싸름한 단맛이 혀 위에 깔린다. 그 위로 시나몬과 넛맥의 베이킹 스파이스가 따뜻하게 퍼지고, 중반부에서 복숭아와 살구 같은 핵과류의 과일 단맛이 확 치고 올라온다. 101이 스파이시함으로 직진하는 타입이라면, 12년은 과일과 스파이스가 번갈아 가며 얼굴을 바꾸는 느낌이다. 캔디드 오렌지 필의 달콤 씁쓸한 뉘앙스도 후반부에 등장하면서 맛의 전개가 꽤 입체적이다.

물을 살짝 넣으면 숨어있던 메이플 시럽의 달콤함이 전면으로 나서면서 스파이스는 한 발 물러난다. 니트와 가수 둘 다 해볼 가치가 있는 위스키.

피니시 (Finish)

피니시가 길다. 차드 오크의 그을린 탄닌감이 먼저 자리 잡고, 그 위로 시나몬의 따뜻한 여운이 천천히 퍼진다. 삼키고 나면 아몬드의 고소함과 체리, 블랙베리의 과일 잔향이 입 안에 한참 머문다. 마지막에 콜라 같은 독특한 단맛이 스치고 지나가는데, 이건 와일드 터키 12년만의 시그니처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레어 브리드가 강렬한 스파이스로 밀어붙이는 피니시라면, 12년은 과일과 오크가 차분하게 정리하는 쪽이다.

마치며

와일드 터키 12년은 “같은 원액도 시간이 지나면 이렇게 달라지는구나”를 체감하게 해주는 병이다. 101의 직설적인 스파이시함이 12년의 숙성을 거치면서 과일과 초콜릿, 가죽 같은 복합적인 풍미로 진화하는 과정을 맛볼 수 있다. 배럴 프루프의 강렬함이 목적이라면 레어 브리드가 맞고, 같은 도수에서 시간이 만들어낸 깊이를 경험하고 싶다면 12년이 정답이다.

음용 방식은 니트를 추천한다. 50.5%라서 부담스러운 도수는 아닌데, 12년 숙성이 만들어낸 복합적인 풍미를 제대로 느끼려면 니트가 가장 좋다. 물 몇 방울로 메이플의 단맛을 열어보는 것도 괜찮고, 큰 얼음 하나 넣어서 온더락으로 천천히 마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 와일드 터키 101이 마음에 들었던 사람이라면, 12년은 그 다음 단계로 자연스러운 선택이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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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Spe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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