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가볍게 한 잔 하려고 꺼낸 병이다. 버팔로 트레이스(Buffalo Trace). 버번 입문 3대장이라 불리는 병 중 하나인데, 그 타이틀이 괜히 붙은 게 아니라는 걸 마실 때마다 느낀다. 45% ABV에 가격도 합리적이고, 누구한테나 무난하게 권할 수 있는 병.
버팔로 트레이스 기본 정보
버팔로 트레이스 증류소는 켄터키주 프랭크포트(Frankfort)에 위치한다. 1775년부터 증류 기록이 남아있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 지속적으로 운영된 증류소 중 하나다. 현재 소유주는 사제락 컴퍼니(Sazerac Company). 이글 레어, 블랑톤, 패피 밴 윙클까지 전부 여기서 나온다. 버번 매니아들이 환장하는 브랜드가 한 지붕 아래인 셈.
매시빌은 공식적으로 비공개다. 업계에서는 옥수수 비율이 높고 호밀이 적은 편으로 추정한다. 90 프루프(45% ABV)로 병입되며, NAS지만 대략 7~8년 숙성으로 알려져 있다. 켄터키 스트레이트 버번 표기가 있으니 최소 2년 이상 숙성은 확실하다.
버팔로 트레이스 테이스팅 노트

향 (Nose)
글라스에 코를 대면 바닐라와 캐러멜이 동시에 올라온다. 버번이면 으레 나오는 노트지만, 버팔로 트레이스의 그것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이 잡혀 있다. 납 크릭 9년의 묵직한 캐러멜이나 우드포드 리저브의 꿀 같은 바닐라와 비교하면, 버팔로 트레이스는 둘 다 적당한 농도로 섞여 있는 느낌이다. 그 위로 오렌지 필의 시트러스 향이 살짝 얹히고, 갈색 설탕의 달콤함이 전체를 감싼다. 45%라서 알코올 자극도 적당하다. 코를 너무 가까이 대도 밀어내지 않는다.
맛 (Palate)
첫 모금에서 바닐라의 달콤함이 부드럽게 깔린다. 와일드 터키 레어 브리드처럼 입을 때리는 타격감은 아닌데, 그렇다고 40%짜리처럼 밍밍하지도 않다. 45%가 딱 좋은 지점에 걸쳐 있다. 캐러멜의 달콤함 뒤로 약간의 스파이스가 올라오는데, 호밀에서 오는 후추 느낌이 가볍게 스치는 정도다. 토피와 약간의 체리 뉘앙스도 중반부에 고개를 내민다. 바디감은 중간. 오일리하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은, 딱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무게감이다.
니트로 마셔도 충분히 부드럽고, 온더락으로 하면 시트러스 쪽이 좀 더 열린다. 하이볼 베이스로도 잘 어울리는데, 이 가격대에 하이볼로 쓰기엔 좀 아깝다는 생각도 든다.
피니시 (Finish)
미디엄 렝스. 바닐라와 오크의 따뜻한 여운이 은은하게 이어진다. 잭 다니엘 싱글배럴처럼 깔끔하게 끊기는 타입은 아니고, 캐러멜의 잔향이 조금 더 머무르면서 부드럽게 사라진다. 자극적이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다음 한 모금으로 이어지는 피니시.
버팔로 트레이스 증류소 대표 라인업
한 증류소에서 이렇게 다양한 브랜드가 나온다는 게 대단하다. 버팔로 트레이스(플래그십), 이글 레어 10년, 블랑톤 싱글배럴, 그리고 전설의 패피 밴 윙클까지. 버팔로 트레이스는 이 라인업의 가장 기본이 되는 병이다.
버팔로 트레이스에 어울리는 안주
- 소금구이 스테이크 - 버팔로 트레이스의 바닐라, 캐러멜 풍미가 소고기의 감칠맛과 잘 맞는다. 양념은 소금만으로 충분하다
- 피칸, 아몬드 등 견과류 - 버번의 오크 뉘앙스와 견과류의 고소함이 서로를 끌어올린다
마치며
버팔로 트레이스는 “입문용”이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그렇다고 심심한 위스키가 아니다. 45%라는 도수가 풍미를 제대로 받쳐주고, 바닐라와 캐러멜의 균형이 좋아서 버번의 매력을 처음 접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납 크릭 9년의 묵직함이나 와일드 터키 레어 브리드의 강렬함으로 넘어가기 전에, 버번이 뭔지 기본기를 잡아주는 병이다.
같은 증류소에서 나오는 이글 레어 10년과 비교하면 숙성 연수의 차이가 확실히 체감되는데, 그 차이를 알기 위해서라도 버팔로 트레이스를 먼저 마셔보는 게 순서다. 집에 한 병 두고 편하게 꺼내 마시기 좋은 버번. 올드 패션드 칵테일 베이스로도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