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가을이 오기 전, 친한 동생과 주말동안 1박 2일 덕적도 서포리 해변으로 백패킹을 다녀왔다. 작년 6월에 처음 가본 이후로 두번째 가는 덕적도인데, 그때와 다른점은 내가 더 이상 연수구 주민이 아니라는 것. 연수구 주민이라면 인천항에서 덕적도 가는 배편을 80%까지 할인해준다. 물론 덕적도 뿐만 아니라 백패킹의 성지라고 불리는 굴업도 등, 다른 섬들도 포함.
인천항 연안부두에서 덕적도로 가는 배는 토요일 기준 보통 3개에서 4개정도가 있고, 고속(1시간 30분이었나..?)과 카훼리(거의 두시간 반 넘게 걸리는듯)가 있다. 우리는 차를 가져가지는 않았지만 돈을 아끼기 위해 카페리로 선택.
배를 타고 생각없이 바다 물멍을 하며 두시간정도 지나면, 덕적도와 소야도가 슬슬 보이기 시작한다. 주말동안 흐리거나 비가 올거라는 일기예보가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놈의 일기예보는 맞아떨어지는걸 거의 본적이 없어서.. 비는 오지 않았고 오히려 덕적도에 도착했을때는 너무 더웠다.
원래 덕적도에서는 한 시간 정도(라고는 하지만 기사님 마음인것같다)마다 덕적도를 한바퀴 도는 버스가 있어서 선착장에서 내린 후 그 버스를 타고 서포리 해수욕장으로 가면 되는데, 하필 우리가 딱 도착했을때 버스가 떠나버리는 바람에 만오천원을 내고 콜택시를 탈 수밖에 없었다. 아 물론 덕적도의 버스는 교통카드가 아닌 현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후배는 걸어가자고 했지만, 내가 걸어가다가 타죽을것 같아서 그냥 택시를 탔다. 콜택시를 부르면 선착장에서 밧지름해변까지 현금 10,000원, 서포리 해수욕장까지 현금 15,000원이다. 덕적도 끝(?)까지 가면 25,000원이라고 하더라. 계좌이체 가능. 돈아끼려고 느린 카훼리를 탔는데도 시원하고 쾌적한 9인승 카니발 콜택시를 타보니 아 이런게 플렉스구나… 싶었다.
아직은 더워서그런지 일곱팀 정도만이 덕적도에서 캠핑을 하는듯 했다. 저 날은 덕적도 최고기온이 28도였고, 사진으로 보이다시피 날이 아주 쨍쨍해서 텐트치면서 고생좀 했었다. 그래도 이렇게 멋진 뷰를 바로 앞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게 백패킹의 묘미중 하나. 그렇다면 다른 묘미는 뭐가 있을까?
바로 먹는 낙. 저건 가위나 칼이 필요없다. 그냥 목장갑으로 뼈를 잡고 그대로 입으로 뜯어먹어야 한다. 숯을 나름 잘 구웠는데도 올리고 몇 분 지나자마자 기름이 물처럼 뚝뚝 떨어져서 불이 붙을정도로 기름진 양갈비. 그래 이런 뷰를 보면서 이걸 먹으려고 서울에서 이 먼 길을 찾아온거지.
바다 보면서 한 입, 위스키 한 잔 하고 또 한 입. 저렇게 큰 양갈비를 네쪽이나 먹고도 배고파서 삼겹살 한 근을 더 먹고, 다음날 아침으로 먹으려했던 라면까지 다 먹어치웠다.
흘러넘치는 돼지기름에 튀기듯 구운 통마늘은 정말이지 마약과도 같다. 우리가 정신없이 배를 채우는데 갑자기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 뒤를 돌아보니 치즈코숏 한마리가 있었다. 작년에는 강아지가 돌아다니더니, 올해는 다른녀석이 와서 뭐 없나 하는 눈치였다.
다양한 캠핑 스팟을 다녀봤는데 어딜가던 고양이나 강아지는 꼭 있었다. 작년에 양주 쪽으로 갔을때는 고라니 소리에 시끄러워서 잠을 못잔적도 있는데. 이쯤되면 군대에서나 봤던 전설의 동물인 산양같은 동물도 나오는게 아닐까 모르겠다.
정신없이 먹다보면 해가 진다. 서해라서 그런지 선셋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대충 열두시까지는 저 위에 앉아서 먹고 수다떨고 한 듯 하다.
다음날 느즈막히 일어나 서포리 해수욕장 바다에서 수영도 하고, 사진도 찍고. 원래 계획은 버스를 타고 선착장 앞의 칼국수집에서 바지락 칼국수를 먹는것이었는데(작년에 먹었던 그 바지락 칼국수가 너무 맛있었다. 덕적도에서 나오는 배를 기다리면서 한번 드셔보시는걸 추천), 또 버스를 놓쳐서 그냥 정류장 근처의 작은 중국집에 갔다. 내키지도 않았고 별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예상외로 너무 맛있어서 놀랄정도였다. 덕적도 맛집으로 추천.
동생과 탕수육 한그릇에 짬뽕, 콩국수를 해치우고 아쉬운 마음 뒤로한채 다시 서울로 돌아가야 하는 길이 벌써부터 걱정이다. 백패킹 특성상 텐트, 침낭, 매트, 의자, 테이블, 버너 등 모든 캠핑 장비들을 가방 하나에 다 우겨넣고 가야하기 때문에.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돌아오면 생각나는게 바로 백패킹의 묘미.
올해 1월까지만 해도 연수동 함박마을 주민이었기에 익숙한 연수동에서 9201 광역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티엠아이지만 연수동에서 강남가는 버스는 지난 2~3년동안 출퇴근용으로 수없이 많이 타서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인천에 살때는 그렇게 서울로 이사가고싶었는데, 막상 서울로 와보니 다시 인천으로 돌아가고싶다. 다음 캠핑은 아마 고등학교 친구들과 한탄강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