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카밀로라자네리아’라는 식당을 가려고 했는데, 하필 방문했던 날이 휴무여서 근처 비슷한 이태리 식당을 찾다가 들렀던 식당 카밀로라자네리아에서 첸토페르첸토 까지는 걸어서 1~2분? 정도가 걸렸던 것 같다. 운좋게도 바 테이블에 한 팀의 자리가 남아있어서 저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웨이팅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두 가게 모두 합정역에서 걸어서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곳에 위치해있고, 망원도 가까워서 저녁식사 후 망리단길을 따라 걷다 망원 한강공원까지 까지 가기에도 좋다.
여러분들도 다 알법한 그 맛. 식전빵이 함께 나왔었는데, 배고픔을 이기지 못한 탓에 사진은 찍지 못했다. 받자마자 손부터 나가버리는 바람에… 근데 막상 둘이서 하나씩만 먹고 다 남겼다.
솔직히 오미베리의 맛은 충격 그 자체였다. 향긋하거나 산뜻한 느낌을 기대했던 첫 입을 시큼하게 감싸는… 굳이 맛을 표현하자면 오미자를 씻은 탄산수를 마시는 느낌이었다. 맛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뇌가 기대했던바와 혀가 느낀바의 괴리가 너무 큼으로 인해서 오는 충격? 냉침차 는 이름이 멋져서(…) 시켰다. 녹차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래도 시원하고 입가심하기 딱 좋은 음료.
위에서 식전빵의 사진을 못 찍었다고 했는데, 두 번째 사진에 나와있는 게 그 식전빵이다(어쩌다 보니). 가지튀김은 정말 기대를 하나도 하지 않았었고, 가지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첸토페르첸토에서 가장 맛있고 만족스러웠던 음식이었다. 따뜻하게 튀겨진 가지를 아래 소스에 듬뿍 찍어서 익은 방울토마토와 함께 크게 한입 하면, 짭조름하면서도 입 안이 가득 차는 느낌이 너무 좋다. 치즈가 많고 튀김인 데다가 소스도 기름지지만, 방울토마토가 균형을 잘 잡아주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첫 음식은 너무 만족스러웠고, 두 번째 가지튀김을 다 먹을 때쯤 다음 음식이 나왔다.
사실 서울로 이사 오기 전, 인천에서 내가 살던 동네는 ‘함박마을’이라는 동네였다. 고려인들과 러시아인, 중앙아시아 사람들이 모여사는 작은 동네였는데, 현지인들이 요리하고 운영하는 러시아 식당과 중앙아시아 식당이 굉장히 많았었다. 그중 차이하나라는 식당에서 비슷한 음식(그것이 스튜였는지 다른 음식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외관은 굉장히 흡사했다)을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담음새나 음식의 시각적인 느낌은 차이하나가 더 취향이긴 했다. 러시아 특유의 숭덩숭덩 썰어서 툭 던져놓은(?)듯한 느낌과 대충 ‘어디 이만큼씩이나 쳐먹봐어라!’ 하는듯한 푸짐한 인심. 다만 향신료의 향이 강해서 당근김치 없이는 완탕을 하기 힘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첸토페르첸토의 스튜만조는 굉장히 정성스레 준비한 인상이 들었다.
소고기를 레드와인과 함께 오래 끓인 스튜라는데, 그래서인지 아니면 당근과 토마토 때문인지 살짝 기분 좋게 달큼한 기운이 도는 게 인상 깊었다. 물론 고기는 굉장히 부드럽고 감자는 더할 나위 없이 포근했다. 위의 가지튀김만큼이나 강렬한 인상은 없었지만, 집에서도 해 먹어보고 싶은 느낌의 푸근한 음식. 특별히 와 이거 정말 너무 맛있어! 하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감자와 함께 따뜻하게 배를 채우는 느낌이어서 기분 좋은 음식이었다. 아직 가지튀김도 남아있는데, 바로 마지막 음식이 나왔다.
이건 기대를 좀 했었다(그나마 아는 음식이어서 ㅋㅋㅋ). 예전에 인천 송도의 임파스토라는 파스타집에서 인생 첫 뇨끼를 먹었던 기억과 그 맛이 너무 좋아서. 첸토페르첸토의 뇨끼도 굉장히 부드럽고, 감자의 포근한 식감이 한 입 가득 느껴지는 맛이었다. 회도 초장 맛으로 먹는 초딩 입맛이라 뇨끼도 거의 소스에 두세 번 굴린(?) 후 먹었는데, 하나도 느끼하지 않고 소스와 함께 있는 렌틸콩이 식감과 씹는 맛을 더욱 즐겁게 해 주었다. 맨날 사무실에서 배달음식만 시켜먹다 정말 오랜만에 입호강을 하는 느낌.
후식으로 주는 우유 푸딩. 판나코타라는 이름도 처음 들어봤고, 당연히 맛도 처음 봤다. 위에 뿌려진 건 바닐라 뭐뭐… 라고 했는데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작년부터 단 음식과 단 음료수를 많이 줄였는데, 오랜만에 와 이거 진짜 달다 생각이 드는 맛이었다. 처음 판나코타가 접시에 내어 나온 모습을 보고 좀 적네? 했는데, 이만큼만 주는 이유가 바로 납득이 되었다. 다만 거부감이 드는 단맛은 아니고, 정말 엄청 부드럽게 입안을 감싸고도는 향이 강한 단맛이었다. 저 검은 바닐라 뭐뭐(수술이었나…) 때문일까? 아무튼 저 판나코타를 먹고, 냉침차로 입가심을 하니 정말 잘 먹었다 하는 느낌이 들었다. 보통 그런 기분은 국밥 먹을 때나 느끼던 건데, 스튜 만조의 영향 때문인지 그런 느낌이 기분 좋게 들었다.
노을도 지기 전에 들어가서 땅거미가 지고서야 나왔다. 다음에는 원래 가려했던 카밀로라자네리아라는 식당을 가보려 한다. 혹시 두 식당을 방문할 계획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라면, 휴무일을 꼭 체크한 후 방문하시길. 주차는 어려울듯 하다. 아 그리고, 첸토페르첸토의 가지튀김은 정말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