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많이 추워졌다. 작년에는 한겨울에도 혹한기 훈련마냥 여기저기 노지를 찾아다녔는데, 이제 일어나면 춥다기보다 거의 추위때문에 ‘아픈’정도라 겨울의 캠핑은 자제하려고 한다. 오랜만에 보는 고등학교 동창들과 아산에 있는 삽교호로 캠핑.
한 친구는 전주에서, 한 친구는 성남에서, 또 한 친구는 의정부에서, 그리고 나는 서울에서. 친구가 추천해서 처음 가보는 장소였는데, 삽교호 다리쪽에는 낚시하시는 분들이 많고 거기서 안쪽으로 더 들어오면 사람도 없고 한적한 평지가 나온다.
다들 거리가 있다보니 다 모였을때는 2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바로 자리부터 잡고 고기사러 갈 준비.
원래 차가 없을때는 항상 뚜벅이 백패킹을 다니느라 모든 짐을 100리터짜리 가방에 다 넣기위해 최대한 작고 가벼운 백패킹용 장비들을 가지고있었는데, 이제 차도 생겼으니 내년에는 친구처럼 큰 돔형 텐트도 하나 준비해야겠다. 저 안에서 전기난로 하나 틀어두면 겨울에도 캠핑이 가능하지 않을까…? 두 번째 사진은 야전침대(양말은 신고다니자 친구야). 캠핑에 입문한지 얼마 안된 친구인데, 탐나는 장비들이 많았다. 역시 돈이 최고야…
4명이다보니 양도 많다. 통삼겹, 목살, 삼겹살까지. 통삼겹은 사과나무칩으로 훈연해서 먹었는데 진짜 정신이 혼미해지는 맛이다. 사진의 초록색 엽총 탄피는 근처에 있길래 주워온 아이템. 지지난주 주말에 다녀왔는데, 늦가을보다는 약간 다닐만한 기분좋게 선선한 날씨였다.
고기를 먹는데 있어 역시 클래식을 따라잡는 방법은 없다. 숯에 붙은 불이 꺼지고 하얀 재가 앉아있을때, 목살과 삼겹살을 반씩 올려서 허브솔트를 적당히 뿌리고 식기전에 바로 입으로. 다음 시원한 병맥주 한 모금. 겨울에는 느낄 수 없다는게 슬플따름.
GTA 감성(?)을 담아내고 싶었으나 실패. 옆 바다쪽에 버려진 배가 있어서 들어가보았는데, 달력이 2013년에 멈춰있는 버려진지 아주 오래된 배였다.
장작을 깜빡하고 사오지 못해서, 대신 갈대밭 옆에서 썩은 나무들을 베어왔다. 가을이라 그런지 죽고난 후 잘 마른 나무들도 많았다. 무엇보다 사람이 없고, 물멍과 불멍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게 정말 좋았다. 그리고 바다쪽을 바라보면, 노을까지 감상할 수 있는 곳.
해가 거의 넘어갈때쯤 되니 바로 추워지기 시작했다. 앞쪽에 모래밭에 구덩이를 파서 장작을 두고 불멍 준비.
일 이야기, 사는 이야기. 성인이 되기 전 만났던 친구들은 조건없이 편하게 만나고 이야기할 수 있어서 편하다.
신나게 불멍을 하는데 맞은편에 꽤나 큰 대관람차가 돌아가고 있었다. 다행히도 술을 하지 않는 친구가 한 명 있어서, 그 친구 차를 타고 그 대관람차의 정체를 알아보러 떠났다. 인천에 살때 월미도를 정말 자주 갔었는데, 딱 그 느낌이었다. 디스코팡팡, 바이킹, 오래된 술집. 내가 좋아하는 오래된 유원지 재질의 분위기.
어릴적 전주에 살때 전주동물원 안의 드림랜드 느낌도 나고, 그것보다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월미도 느낌. 앞에 술집이랑 조개구이집들이 많은데, 진짜 사람들이 꽉꽉 들어차있어서 발도 못붙였다. 우리는 완전 한적하게 캠핑을 즐기고 있었는데, 바로 다리건너에 이런 핫플이 있었다니.
한 친구가 바이킹은 절대 안탄다며, 대신 탔던(타줬던) 범퍼카. 나름 재밌지만 순식간에 인당 5천원 순삭. 원래 그런곳이긴 하지~ 돌아와서는 배고파서 남은 호빵 + 아침에 먹으려고 사둔 라면 열봉지 클리어 후 취침. 이제 추워서 올 해 캠핑은 더이상 힘들고, 내년을 기약하며 다음날 다시 각자의 위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