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대학 동기들과 망리단길에서 만났다. 한 달 만에 만난 친구도 있고, 졸전 이후로 처음 만난 친구도 있고, 일년만에 만난 친구도 있고. 코로나 백신 접종이 2차까지 모두 끝난 친구덕분에 딱 다섯명이 만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얼굴들~ 근황토크 떠들새도 없이 일단 주린 배를 달래러 수다떨며 바로 밥집으로 고. 원래 후보에 있던 맛집은 망리동 섭식당과 발리인망원 그리고 웨스트빌피자였는데, 세시에 가니 다들 브레이크 타임이거나 재료 소진이라고… 심지어 대안으로 가려던곳들 대부분이 망리단길 가게들 특성상 다섯명이 들어가기에는 너무 좁은곳이었는데, 친구가 햄버거 맛집이라며 소개시켜준 레이키친 이라는곳을 우연히 지나치다 들르게 되었다.
분명 햄버거 맛집이라고해서 들어간건데 메뉴판을 펼치자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건 부채살 스테이크(!), 그리고 파스타. 스테이크는 못참지… 바로 스테이크 XL 하나와 감바스 오일 파스타, 쉬림프 로제 파스타, 스테이크 트러플 머쉬룸 크림 리조또 그리고 트러플 머쉬룸 크림 리조또 이렇게 다섯개(햄버거 맛집이라며?? ㅋㅋㅋㅋㅋ).
쉬림프 로제 파스타(15,000원) & 감바스 오일 파스타(15,000원)
오늘 모인 다섯 친구들 중 무려 세명이 블로거다. 블로거가 음식을 보면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이 뭐다? 카메라 렌즈를 접시에 담궈버리는 행동 ㅋㅋㅋ 팔짱만 끼고 구경 하는 비블로거 친구들 미안… 아직 음식 세개 더 나와야해… 친구들아 그니까 너희들도 블로거 하자(?)
정신없이 블로거들의 플래시가 터지고있는 와중에 바로 다음 음식 대령. 스테이크 트러플 머쉬룸 크림 리조또(18,000원)와 트러플 머쉬룸 크림리조또(16,000원).
원래 쌀밥도 진밥보다는 된밥을 좋아하는편이라 평소에는 리조또 거들떠도 안보지만 이 날은 다수결의 원칙에 의해 리조또를 두개씩이나. 그래도 스테이크와 트러플이 들어갔다니 인정.
한 입 했는데 진짜 레이키친 가서 아무리 배불러도 이건 꼭 먹어야한다는 말이 절로 나올정도로 맛있었던 스테이크 트러플 머쉬룸 크림 리조또.
역시 가장 주인공은 항상 가장 마지막에 등장하는것이 국룰인가. 마지막 부채살 스테이크(XL 사이즈 기준 19,000원)의 차례!
간단한 맛 감상평은 일단 파스타류는 무난무난한 느낌이었다. 다른 파스타집에서도 흔히 느낄 수 있는 무난하게 맛있는 맛? 부채살 스테이크는 ‘역시 고기는 항상 옳다’의 바로 그 맛. XL 사이즈인지는 모르겠지만… 근데 위에서도 말한것처럼 스테이크 트러플 머쉬룸 크림 파스타가 진짜 너무 맛있었다.
배고픈 와중에도 멈출 수 없는 수다와 함께 점심을 모두 해치우고, 다음 행선지로는 어글리 베이커리라는 빵집으로 정했다. 사실 망원에 가면 꼭 들르는 빵집으로 푸하하크림빵 이라는 빵집이 있는데, 이 날은 한 친구가 어글리 베이커리에서 대파빵이라는 빵을 먹어보고싶다고 해서 30분 정도를 줄서서 들어갔다.
고기를 구워먹을때야 대파, 마늘, 버섯 이런 야채들이 없으면 섭섭하지만 빵에 대파를..? 그것도 치즈를 듬뿍? 내 기준 비주얼은 혐오음식에 가까웠지만 메론 크림빵에 홀린듯 주문을 해버렸다.
밥도 먹었고 빵도 샀겠다, 여섯시 망원 한강공원으로 가기 전 잠시 지친 서른의 체력을 보충할 카페를 찾아서 무브무브. 원래 이이알티로 가려했지만 만석이라 망원동소아과로 고. 처음엔 진짜 병원인줄 알았는데 망원동 네비게이션 친구가 여기 카페 맞다고… ㅋㅋㅋ
이곳은 1층은 자리가 없고 2층에만 자리가 있었다. 라고 생각했는데 1층 야외 정원쪽에 보자마자 아 여기 힙플이네?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던 공간 발견.
라떼 둘에 아아 셋. 카페 누가 맛으로 갑니까 멋으로 가지! 위 첫 번째 사진에서 건물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면 숨겨진 야외 테이블 공간이 더 나온다. 사실 요즘 날씨에 노상을 하지 않는건 가을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에… 고민없이 바로 야외 고고!
자리에 앉고 바로 카페인 충전하며 한숨 돌린다. 방금까지만 해도 어디 앉을곳만 있으면 좋겠다던 사람들이 정신없이 일 야이기 + 회사 디스 시작 ㅋㅋㅋ 직장인분들 힘냅시다…
10월이다보니 해가 금방 진다. 망원 한강공원으로 자리를 옮기는데 주말이라 그런지 가는 길에도 사람이 많고, 망원 한강공원에는 사람이 진짜 엄~청나게 많았다.
주말인데다 6시도 넘었으니 당연히 사람은 많겠지? 했는데 많은 정도가 아니라 거의 시장바닥 수준이었다. 그 많은 서울사람들 다 한강에 모여있었구나..?!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자리도 안맡아두고 일단 편의점에서 맥주 사오기 ㅋㅋㅋ 위 사진을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조금만 가면 다른 계단 한강뷰 자리가 있는데, 조금 어둡지만 그곳으로 자리를 잡고 과자와 맥주를 깠(?)다.
이렇게 그냥 대충 둘러앉아서 과자 몇개 펼쳐놓고 캔맥까는 바이브 진짜 몇년만이냐고~ 완전 학교 가을 축제 느낌이다. 역시 그 나이때 만난 사람들은 그 나이때 인상과 감성을 지울 수 없지. 진짜 오랜만에 밤 늦게까지 쉴새없이 수다떨고 돌아다닌 날. 밤 늦게라봐야 거리두기때문에 열시지만 그래도 좋다!
가끔 혼자 하는 대학생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과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은 그래도 이런식으로 어느정도는 해소된다. 물론 그 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스무살의 나에게 말하겠지. 비트코인 사라고(가능한 많이)…